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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과민성 장증후군, 배가 아니라 일상이 아픈 병입니다

by 명랑한제피 2025.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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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배가 불편하고, 출근 준비 도중 몇 번씩 화장실에 다녀오는 일이 반복된다면 과민성 장증후군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긴장되는 회의나 중요한 약속을 앞두고 복통이 밀려오고, 외식 메뉴를 고를 때마다 ‘이걸 먹어도 될까’ 고민하게 되는 일상이 익숙하다면, 더 이상 단순한 예민함으로 넘기기 어렵습니다.

과민성 장증후군(Irritable Bowel Syndrome, IBS)은 장기적인 복통과 함께 배변 습관의 변화(설사 또는 변비)가 반복되지만, 내시경이나 혈액검사 등에서는 구조적인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기능성 장 질환입니다. 국내 유병률은 약 10~15%로 추정되며, 여성에게 더 많이 나타납니다.

 

장과 뇌는 연결

과민성 장증후군은 단순한 소화기 장애가 아닙니다. 최근 의학에서는 이를 ‘장-뇌 축(Gut-Brain Axis)’ 이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장과 중추신경계는 자율신경계를 통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이 경로를 통해 정신적 스트레스나 감정이 장의 운동성, 분비 활동, 통증 민감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장내 세균총의 불균형도 중요한 요인입니다. 특정 박테리아가 과도하게 증식하거나, 장 점막의 투과성이 증가하면 장 내 염증 반응이 유도되며, 이것이 신경계로 전달되어 복통과 배변 이상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또한 일부 환자는 급성 장염 이후 장 기능이 변화하여 과민성 장증후군으로 이행하기도 하는데, 이를 'Post-infectious IBS'라 부릅니다.

 

환자마다 다른 증상, 그러나 공통점은 ‘삶의 불편함’

IBS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복통이며, 이는 주로 배변과 관련하여 발생하고 완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변이 너무 묽거나(설사형), 지나치게 딱딱하거나(변비형), 이 둘이 번갈아 나타나는 혼합형도 있습니다.

특히 ‘미완의 배변감’이라고 불리는, 변을 본 후에도 개운하지 않은 느낌은 환자들이 가장 자주 호소하는 증상 중 하나입니다. 식후 복부 팽만감, 잦은 트림, 방귀, 메스꺼움도 흔하게 동반됩니다. 이로 인해 식사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기도 하며, 사회적 활동이나 직장생활에서도 자신감을 잃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시경은 정상인데, 왜 이렇게 아픈 걸까요?

IBS는 구조적인 병변이 없어 내시경이나 CT, 혈액검사에서는 이상이 잘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진단은 ‘배제 진단’의 과정을 거친 후, 특정 기준에 따라 내려지게 됩니다.

의료계에서는 현재 ‘로마 IV 진단 기준’을 사용하고 있으며,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최근 3개월간, 한 주에 최소 1회 이상 복통이 있었고, 이 복통이 배변과 관련되어 있으며, 대변 빈도나 형태의 변화가 동반되었다면 IBS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다만 50세 이상에서 처음 증상이 시작됐거나, 체중 감소, 혈변, 야간 통증 등이 있다면 다른 질환(예: 대장암, 염증성 장질환)의 가능성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치료는 맞춤형 접근이 필요

IBS의 치료는 단순히 ‘약을 먹는다’는 개념으로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증상의 유형, 유발 요인, 환자의 정신적 상태, 식습관 등을 모두 고려한 맞춤형 전략이 필요합니다.

약물 치료로는 항경련제(메베베린), 장운동 조절제, 지사제(로페라마이드), 완하제, 그리고 항우울제나 항불안제의 저용량 처방이 사용됩니다. 항우울제는 단순히 정신 증상을 조절하는 목적뿐 아니라, 장신경의 과민성을 조절하여 복통을 줄이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한편, 최근에는 저 FODMAP 식이요법이 매우 효과적인 비약물 치료법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는 장에서 발효되기 쉬운 당분류(유당, 과당, 프락탄 등)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약 70% 이상의 환자에서 증상 완화를 경험합니다.

 

생활 속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내 몸의 리듬을 아는 것’

IBS는 꾸준한 자기관찰이 핵심입니다. 어떤 음식이 증상을 유발하는지, 어떤 상황에서 통증이 심해지는지를 알기 위해 식사 일지, 배변 일지 등을 활용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 관리입니다. 긴장하면 장이 바로 반응하는 신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에게 맞는 이완 방법(산책, 호흡, 요가, 음악 등)을 찾는 것이 장기적인 치료의 출발점입니다.

 

끝으로, 조급해하지 마세요

과민성 장증후군은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삶의 질을 서서히 갉아먹는 질환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병을 없애야 한다’는 생각보다, ‘이 병과 편하게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데 있습니다.

진단이 명확하지 않아서 답답하더라도, 내시경이 정상이어서 괜찮다는 말에 실망하지 마십시오.
당신이 느끼는 불편은 실제이며, 그에 맞는 관리 방법은 분명 존재합니다.
의학적으로도 계속해서 다양한 치료 접근이 발전하고 있으며,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이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되셨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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